최근 들어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예전과 말투가 달라진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고 돌아온 친구들이나 서울로 상경한 지방 출신 친구들을 보면 억양이 눈에 띄게 바뀌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알고 보니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사람의 억양은 환경과 소속 집단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변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 레딩대학 제인 세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속한 그룹과 닮아가려는 본능이 있으며 이것이 억양 변화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억양 변화
억양이 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 환경의 영향입니다. 실제로 제 친구 중 한 명은 호주에서 3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후 말투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경상도 특유의 강한 억양을 가지고 있었는데, 돌아와서는 부드러운 중립 억양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러 바꾼 것인가 싶었지만, 본인도 무의식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레딩대학의 음성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억양을 흡수합니다. 예를 들어 일 때문에 호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억양이 변하게 됩니다. 이는 새로운 커뮤니티에 소속되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때문입니다. 특히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2009년 연구에서는 아기들도 울음소리 단계부터 자라는 환경에 맞춰 특유의 멜로디로 표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주위 사람들의 억양을 익히고 같은 억양으로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2025년 현재 AI 번역 이어버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방언과 억양, 속어까지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의 억양을 통해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억양은 단순한 말투가 아니라 그 사람의 배경과 경험을 담고 있는 언어의 지문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차별과 억양 바꾸기
억양을 바꾸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노동자 계급의 4분의 1이 억양을 이유로 직장에서 놀림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억양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저도 대학교 입학 후 서울로 올라왔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고향 억양으로 말했는데, 몇몇 친구들이 "사투리 귀엽네"라고 놀리듯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호주 영어의 경우 지역과 계층에 따라 억양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시골 지역에서 사용하는 Broad 억양은 'Bogan accent'라고 불리며 하층민의 이미지로 인식됩니다. 반면 상류층과 정치인들은 영국 용인발음과 비슷한 Cultivated 억양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억양은 사회적 지위와 계층을 나타내는 무언의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서울 방언과 지방 사투리에 대한 미묘한 차별이 존재합니다. 2025년 현재 전통적인 서울 방언은 거의 사라진 상태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준어에 가까운 중립 억양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배우나 아이돌처럼 이미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직업군은 고향색을 완전히 없애고 서울 말투로 바꾸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편견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억양을 의도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것입니다.
억양과 정체성의 관계
억양은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억양을 주변 사람에 맞춰 집단에 귀속되는 것이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느끼는 반면, 억양 자체가 본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억양을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말투를 바꾸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물게는 '외국어 말투 증후군'이라는 특별한 경우도 존재합니다. 뇌졸중이나 외상 같은 뇌 손상 후 갑자기 말투가 외국어를 하는 듯 부자연스럽게 변하는 질병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토박이가 뇌 손상을 입은 후 마치 프랑스인이 영어를 하는 것처럼 들리는 영어를 하게 됩니다. 2023년 3월 보고된 사례에서는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되었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외국인으로 오해받아 차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서울말이 매우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함경도 등 억양이 억센 지역 사람들은 서울말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고향에서는 들을 수 없는 말투라고 느낍니다. 특히 북한 여성들은 서울말을 쓰는 남한 남성에게 큰 매력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처럼 억양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감정과 문화를 전달하는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억양을 바꾸든 유지하든, 그것은 결국 자신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